적어보려는 이유

나는 아직 해외여행 경험이 없다. 나가기 싫어서 그런 건 아니다. 무척 나가보고 싶다. 그러지 못한 이유를 들어보자면 ‘먹고살기 빠빠서?’ 큰돈 벌어본 적 없고, 학자금대출 갚으면서 자취하며 빠듯하게 지내왔다. 하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아주 갈 수 없었던 건 아니었다. 빚지고 시작된 사회생활이었지만 개인적 발전을 위함에는 나름 아낌없이 투자하며 살았다. 그것만 모아도 여행은 충분히 다녀왔으리라 본다. 그렇기에 해외를 다녀오지 ‘못’한 건 아니고 순위에 밀려 아직 해보지 못한 경험이라 표현하는 게 좋겠다. 남들 다 해봤다는 해외여행 아직 다녀온 적 없지만, 그걸 가지고 세상 탓하며 우울함에 빠져들지 않는 이유이다. 단지, 스스로 한 선택으로 안 한 것일 뿐이니까. 아니 근데 조금, 조금은 그런 여유를 생각할 겨를 없이 살기도 했다. 당시 해외여행은 사치라고 생각했다. ‘나의 발전이 있어야, 마음의 여유가 생겨야, 여행도 즐겁고 신나지 않겠어?’. 미루고 또 미뤘다. 지금도 가진 건 없지만, 될 수 있다면 자주 다닐 것이다. 과거의 생각과 달라졌다. 하지만 그때를 부정하는 건 아니다. 그때의 생각을 존중한다. 왜 그랬을까 하는 후회는 없다. 그리고 그때 다녀오지 경험이 지금 나에게 아쉬운 것도 아니다. 아, 단순히 여행을 좀 더 다녀보지 못한 아쉬움이야 있지만, 느껴보지 못한 해외 경험 때문에 ‘나의 성장 및 경험치가 부족해’라고 생각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때의 생각과 지금은 다르다. 틀린 게 아니라, 달라진 것이다. 그뿐이다. 생각이 달라진 걸 확인하는 건 참 어렵다. 기억될만한 생각의 변화가 아니고서야 서서히 변화하는 미묘한 그것은 눈치채기 힘들다. 그래서 평소에 내 생각을 메모장에 기록해둔다. 이렇게까지 해서 굳이 변화됨을 알고 싶은 이유는 뭘까? 내면의 움직임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변화한다고 더 성장함을 뜻하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생각을 변화시킬만한 무언가가 있었는지와 그것을 어떻게 생각하게 되었던 건지 알아가며 살고 싶다. 생각의 흐름. 그때도 맞았고 지금도 맞다. 각시기마다 어떤 생각들을 가지고 살았는지 나는 궁금하다. 그래서 기록해두고 싶다. 머리로는 생각의 변화를 눈치채지 못할 것 같아서. 결국은 나를 알고 싶어서구나. 지금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고 싶은 것도, 그것들을 모아 블로그에 담기로 마음먹은 것도. 모두 생각을 기록하고 나를 좀 더 알기 위한 수단이다. 근데 왜 블로그냐고? 혼자 쓰고 저장해두면 될 터인데. 이유는 몇 가지 있다. 첫째로, 생각을 적어보는 이 행동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보고 싶어서. 적당한 중압감은 행동을 미루지 않고 지속할 수 있도록 해주는 좋은 채찍이 될 것 같다. 둘째로, 글쓰기 실력을 늘려보고 싶어서이다. 내가 쓴 글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면 좋다는데, 그게 참 좋은 건 알겠는데, 그렇게 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좀 부끄럽지만 누군가가 읽어준다면 그것을 대신할 수 있을 것 같아 올려본다. 계속 쓰다 보면 실력이 늘겠지만, 더 어려운 건 글 써보는 버릇 들이기 인 것 같다. 일단 버릇을 들이는데만 신경쓰고 실력까지는 생각하지 않으련다. 지금 써보는 글들은 읽어보면 참 부끄럽다. 글이라기보다 기록이라고 표현해야지 덜 부끄럽겠다. 아무튼 기록이든 글쓰기든 무엇이되었든 자꾸 표현하며 나를 알아가고 싶다.

키보드를 하나 샀다. 장비빨이라도 세워보려고. 매일 글쓰기를 해보겠다 마음먹었지만 주제찾기가 마땅치 않다. 누구에게는 “커피”란 단어 하나로도 멋진 글감이 될 터이겠지만 지금 나에겐 표현하는 기술이 부족해서 그런지 어렵다. 그래도 스스로 다독여본다. 나는 대한민국 정규교육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 보통 성인이다. 그렇다면 처음 글쓰기를 시작한 사람들 모두 나와 비슷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니 자신감이 좀 붙는다. 매일 일상에서 주제를 찾아 거기서 생각을 꺼내어보겠다.

생각을 표현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처음 시작한 건 그림으로 표현하기였다. 평소 그림은커녕 낙서조차 하지 못했던 사람의 정말 무모한 도전이었다. 정말 너무 어려웠다. 차라리 그때 글쓰기를 시작해볼걸. 하긴 그때는 그것을 생각하지 못했지. 하지만 지금도 그림으로 표현하기는 ‘그림일기’로 3년째 시도 중이다. 자주 못해도 꾸역꾸역 하곤있는데 이게 현재 글쓰기 도전에 이렇게 큰 힘이 될 줄 몰랐다. 다행이다.

이제 두 가지 방법으로 생각을 표현함에 도전한다. 뭐 알아달라고 이렇게 말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최소한의 의무감은 생길 것 같아 적어본다. 글쓰기도 그리기도 딱히 배워본 적 없는 일반 성인이지만 꾸역꾸역 해보고 싶다. 실력은 생각지 않는다. 자신감 갖자. 그저 나만의, 내 머릿속의 도전이요, 실패요, 과정이다. 아무도 모르며, 안다 한들 아무것도 달라지는 거 없다. 내가 말하기 전까지는. 맞다. 혼자만의 도전. 어우 이런 거 그만하고 싶긴 한데, 난 그런 게 안되나 보다. 근데 말이야. 한가지 알게 된 건, 이런 사람들이 흔치 않아보여도 세상엔 꽤 많이 존재한다는 것. 그거는 이제 알겠더라. 나만 이상한?게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해보자. 언젠가 이런 것들이 하나의 접점에서 만날 것을 기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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